IMF가 오기전 96,97년도만 해도 대한민국은 벤처기업의 천국이었지요. 제가 갓 고등학교를 입학한 때로, 친구들끼리 나중에 벤처기업 하나 만들면 성공한다 라는 농담까지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트랜드를 이끌어 오던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씨와, 안철수바이러스 연구소의 안철수씨죠.
저 같이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아이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벤처기업 사장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 도중 IMF가 오면서 벤처기업 거품이 사라지고, 실속이 없던 벤처기업들은 추풍낙옆처럼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때는 벤처기업 사장을 꿈꾸던 어린 학생들이 더 이상 벤처(Venture)랑 관련없는 안정적인 직장에 더 몰두하는 세대가 오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컴퓨터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디엔가 접어두고 사관학교를 갈려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물론 IT쪽 관련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 사관학교에 낙방한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저는 2000년도에 대학에 입학하였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사회의 IMF여파가 대학까지 오지 않았을 때죠. 선배들은 늘 1학년때는 놀아도 돼! 라고 말하였고, 선배들 말대로 세월아 네월아 지내면서 군대가는게 1학년 남자들의 생활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 것이, 1학년들이 밤 늦게 노는건 찾아볼 수 없고, 수업시간 중간 중간에는 당구장 대신 도서관에 가더군요. 세상이 어렵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과 1학년 학생들에게 진로를 물어보면 20%정도는 공무원, 80%정도는 "삼성"이라고 말을 하는데, 선배의 입장으로써 가슴이 아픕니다. 어찌하여 저런 어린 애들에게 어려운 세상을 겪게 만드는지요.
우리과 학생들의 대부분의 진로를 살펴보면 50% 이상이 개발자로 일하는것이더군요. 물론 다른일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봤을때는 개발자로 사는것이 다른일을 하는 것보다 전공을 살릴 수 있고 그에 따라 임금도 많이 받는것으로 보입니다. 간혹 선배들이나 친구들 중 개발자는 개고생하고 돈은 적게 받는다는 얘기를 하지만, 이런 사람들과는 개발자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 않군요.
2,3학년에 진급하게 되면 다른과도 마찬가지지만 컴퓨터공학과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제를 많이 하게 됩니다. 여기서 미래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갈려지더군요. 제가 봤을 때는 이런 과제를 100% 소화시키는 학생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00명이라면 20명정도죠. 하지만 여기서도 참 다행인것이 이 20명이 여러집단에 분산되어 분포되어있는 것이고요, 그런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는 집단은 과제를 패스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십니까?
대부분의 큰 과제는 3~4명 정도가 팀을 이뤄 진행을 하는데, 그 중에서 과제를 이해하고 과제를 수행할 능력이 되는 학생은 전혀 없거나 1명입니다. 오히려 교수들도 팀을 구성할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합니다. 교수들의 의도야 1명이 나머지를 독려하며 가르치면서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자기팀에 "과제 능력자"가 없을까봐 조마조마한 눈치도 보입니다. 그런식으로 지내다가 4학년이 되고 4학년때도 그렇게 행동하면서 졸업해버리는거죠.
이런부분은 학부과정때만 있는것이 아니라는게 저에겐 더 큰 지탄으로 다가옵니다. 요즘같이 이공계가 멸시받는 시대에서는 그저 "대학 4년 공부하면서 학과 성적 잘 받아서 대기업에 취직하면 성공한 케이스"라는것이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5~6년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적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래도 자기 신념이 있고, 학부생때 날던 애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 "SSM(Samsung Software Membership)"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저에 대한 신념이 굳은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와서도 항상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했고요...
근데 세상 어디를 가나 어느 집단에 포함되나 Pure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대학원생들 와중에도 "취업이 안되서", "두 발자국 나가기 위해서 한발자국 쉬자"라는 논리를 가진 학생들도 대학원에 온다는거죠. 참 우울해지기 시작합니다.
대학원에서는 학부때 하던 과제보다 스케일이 큰 과제를 진행하는데, 여기 역시도 과제 제출하기 몇일전부터 오만 연구실을 뛰어다니면서 과제의 답을 찾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싫어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는데, 기분 나쁜건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대학원 석사과정 2년을 보내면서 C 언어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어디서 배껴 쓴 논문 하나 들고 나가는게 고작인 학생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빠졌군요. 몇일전 참 어이없는 상황을 겪고 어찌할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부/석사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개발자의 미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실적이라면 바로 논문인데요, 서른살이 가까워지는 이마당에 자존심 없이 행동하는 몇명 이들이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고 그걸로 학교에서 지원을 받습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어떤 현상의 원인을 보고 있는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그 나라의 미래를 본다는 말이 이렇게 정확하게 매칭되기도 힘들군요 ㅎㅎ.
제가 "난 정말 자존심 상해서 그런짓 못하겠다."라고 얘기하면 "세상이 그래 다른 사람 다 그러는데 나만 안그러면 바보 되잖아" 이런 뻐꾸기를 날립니다. 제가 바보였던 것이었습니다. 과제가 나오면 2~3명을 이끌고 과제를 수행하고,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몇날 몇일 잠을 못자고, 학교에서 논문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 돌머리에서 나오는 영어단어 찾아가며 논문 쓴것이 다 바보같은 짓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그런걸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절 더 바보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깊게 생각해본다면 이런 문제는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고,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저에게 "바보"라는 단어를 말했던 사람들을 처단하여 더러운 싹을 짤라버리고 싶군요. 하지만 전 문화인이고, 지식인이기 때문에 상상으로만 처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태를 만들어낸 건 누굴까요... 혹자들은 얘기합니다. 사회가 문제이고, 학교가 문제이고, 기업들이 문제이다.
예, 예 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런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몇마디 전해주고 싶군요,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사는 건 당신 부모가 당신을 낳았기 때문이다."라고요.
제 생각으론 "니 탓이오"라는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한, 대한민국 개발자나 아니면 또 어떤 문제라던지 개선되지 않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건 당사자인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짜피 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오는 것 자체는 행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오는건 아닐겁니다. 나름대로 목표가 정해져있었겠지요. 만약 목표도 없이 대학을 선택하고 공부하는 것이라면 그런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잉여인간으로 놔두고 싶습니다.
제 생각을 요약하자면, 일단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우리 학생들은 근성이 부족합니다. 자기가 무엇인가를 해내고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있으며, 열심히 하고자 하는 학생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할겁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사회를 위해서 제발 조용히 있어줬으면 합니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떳떳한양 열심히 하는 사람을 비난하게 만들고, 사회를 거꾸로 돌리는 ... 이런 말을 몇백번 해봐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그러고 있는지도 모를겁니다. 제 등뒤에서요... 또 욕이 나올려고 하는군요.
어째뜬, 가장 중요한건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아무리 엉망이 되더라도 "나 하나라도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생각... 이런 생각만이 이 썩은 사회의 치료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저의 마음을 새로 추스리려 합니다. 언젠가는 결실이 맺어지겠지요..
노력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글 잘봤습니다.
답글삭제제가 갖 대학새내기를 벗은때라 아직 이런 사실들을 직접 맞닥드려보진 못하였는데..
저도 개발자를 꿈꾸고있는 한 사람으로써 현실이 이렇게다는거에 암울하네요.
가끔씩 블로그에 들려서 좋은정보 보고 많은걸 느끼고갑니다. 힘내시구요 파이팅!하세요~